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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미디어포커스] 삼성의 언론 관리 실태 보고
[이슈&비평] 삼성의 언론 관리 실태 보고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혹시 프레스 라이온즈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삼성 라이온즈’ 는 알겠지만 프레스 라이온즈는 모르시겠다구요?
네 사실 저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만 삼성그룹을 출입했던 전, 기자들의 모임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먼저 이 프레스 라인온즈라는 모임을 통해서 거대 재벌기업과 우리언론의 역학 관계를 짚어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경래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얼마 전 이 ‘프레스 라이온즈’의 신년회가 열렸다죠?
<리포트>
네, 이 프레스 라이온즈라는 모임은 삼성그룹 홍보팀이 지난 2005년 만든 전직 출입기자들의 친목 모임입니다.
지난 4일 신년회를 겸해서 창립 후 네 번째 행사가 열렸는데요, 행사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삼성그룹 전직 출입기자 모임인 프레스 라이온즈 신년회가 열렸습니다.
참석 인원은 100여 명. 상당수가 언론사 차장급 이상간부였습니다.
<현장음> 행사 사회자 : "오늘 오신 분들을 숫자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100분 가까이 오셨다가 가신 분들이 제가 알고 있기로는 3-40분 되겠는데요. "
이날 모임은 칵테일파티, 저녁식사, 그리고 경품 추첨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장음> 참석 기자 : "여러 선배님들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이고요, 올 한 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날 모임 주재도 지난 모임과 마찬가지로 최근 삼성그룹 인사에서 승진한 전략기획실 이순동 사장이 담당했습니다.
지난 2005년 삼성그룹 홍보실이 만든 ‘프레스 라이온즈’는 해마다 신문의 날인 4월 7일에 홈커밍데이를 개최하고, 이밖에 이번 같은 연말연시 모임 등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이번 신년회를 앞두고 250명에 이르는 역대 출입기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백여 명이 참석했고, 그 전에 열린 행사에서도 매번 50명 이상의 전 출입기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기자 3명 몰고 다니기가 벼룩 10마리 몰고 다니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는데, 이젠 그 말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들 모였습니다. 행사 준비하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역대 모임에는 MBC 출신 노웅래 국회의원과, 한국일보 출신인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서울신문 출신인 정종석 동아TV 사장 등 내로라하는 언론계 인맥들이 참석했습니다.
삼성 측은 프레스 라이온즈가 단순한 친목 모임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참석자의 반응을 보면 삼성이 친목 모임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많은 일류기업들. 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여유와 자신감, 비전 등을 프레스 라이온즈 모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삼성측도 참석자들의 반응에 만족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분(참석 기자)께서는 "삼성만이 한 행사. 삼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사. 삼성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메일에 답장을 보내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신년 모임에 참석한 한 기자는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크게 접대 받는 자리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행사 참석 기자 : "삼성이 무슨 언론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출입하는 기자들을 사람 관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런 오해도 있을 수 있을 텐데, 실제로 막상 참여해 보면요, 삼성에서 큰 근사한 자리를 만든 것도 아니고……."
<질문> 김기자, 프레스 라이온즈가 이번 같은 연말연시 모임 이외에 해마다 4월 7일 신문의 날에는 ‘홈커밍데이’라는 이름을 붙여 행사를 개최한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4월 7일 신문의 날은 지난 1957년 독립신문 창간 61주년을 기념해, 언론의사회적 역할과 사명을 되새겨보자는 뜻에서 만들었고, 특히 당시에 신문윤리강령을 제정해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날에 기자들의 재벌그룹 ‘홈커밍데이’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질문> ‘홈커밍데이’라고 하면 귀속감이 아주 강할 수밖에 없는 출신 학교의 동창 모임 등이 우선 떠오르는데요, 삼성그룹을 출입했던 그 귀속감이 그렇게 강한 모양이죠? 그런데 삼성 이외에도 이런 모임이 있나요?
<답변> 물론 기업 홍보팀 임직원이 개별적으로 전에 출입했던 기자들과 만나는 경우는 있겠죠. 하지만 삼성처럼 그룹 차원에서 전직 출입 기자들을 관리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질문> 김기자, 우리 언론계에선 삼성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언론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단지 이런 모임 때문에 언론이 그렇게 삼성 앞에서 약해진다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한데요.
<답변> 물론 그렇습니다. 거대 광고주로서의 삼성의 영향력 등이 주된 요인일 것입니다. 지난 2005년의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광고비는 7천억 원이 넘습니다.
현대자동차의 6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요인도 있습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이번에 삼성과 언론의 관계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원으로부터 이 문건들을 입수했는데요,
삼성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삼성이 기자 개인 또는 각 언론사에 고가의 전자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는 내역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품 협찬 내역’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건에는 전자제품을 제공한 날자와 받은 기자 이름과 소속 언론사, 협찬 물품 종류와 가격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습니다.
00일보 회장, 사장, 대표에서 상무, 기획실장, 심의실 부장, 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정치부 차장까지 등장합니다.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공기청정기, 핸드폰, MP3, 컴퓨터, 전자렌지, 청소기...삼성전자에서 만드는 전자제품이 망라돼 있습니다.
심한 경우 한꺼번에 3백만원 이상의 제품이 제공된 사례도 2건 있습니다.
미디어포커스에 문건을 제보한 측은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의 협찬 내역을 집계한 결과 , 18개 언론사, 32명의 기자에게 적어도 2억 8천만 원의 전자제품을 협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상당수의 언론사가 윤리 강령으로 선물의 액수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했던 셈입니다.
언론사의 윤리 강령을 기업 홍보 윤리로까지 받아들이는 외국계 기업의 홍보 담당자에게는 지극히 낯선 풍경입니다.
언론사에는 윤리 강령이 있고 우리는 그 강령을 깨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홍보 대행사도 그 강령을 지키겠다고 사인을 합니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윤리 규정이 없지만 언론사의 윤리 규정대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삼성 측은 이 협찬내역에 대해 문건을 제보한 사람의 의도가 정당치 않기 때문에 문건 내용에 대한 확인이 불가하다는 모호한 입장만 밝혔습니다.
<질문> 냉장고, 세탁기 등을 통째로 받았다니 충격적인데요, 그런데 문건을 자세히 보니까 제품을 협찬 받은 기자 이름은 물론이고, 언론사 이름까지 지워져 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 건가요?
<답변> 제보자는 삼성의 내부 인사로부터 이 문건들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이 전자제품 협찬 내역 문건 이외에도 삼성 임직원이 언론사 간부, 취재 기자들과 골프를 친 내역, 술자리 등 향응 제공 내역 등의 방대한 내용의 문건들이 더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골프 접대, 향응제공 내역 등의 문서는 제외하고 이 제품협찬내역 문건 일부만, 그것도 언론사 이름 등을 지우고 미디어 포커스에 공개했습니다.
<질문> 이유가 뭐죠?
<답변> 문건을 자세하게 공개할 경우 문건을 제공한 내부 고발자의 신변이 위험하고 언론사와 기자의 이름을 공개할 경우 마녀사냥이 될 우려가 있다고 제보자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거대 기업과 언론의 그릇된 유착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문건을 그냥 덮어두기보다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면서도, 문건의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김 기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주 귀속감을 느끼는 모임에 초청받아 가고, 고가의 전자제품도 받고 하면 언론인들이 자연스럽게 그 기업에 기울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데요?
<답변> 그것이 가장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실제 언론과 삼성그룹과의 관계에서 그런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취재단계에서부터 정보가 새나가는 현상입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3월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면서 정보조직인 기획팀과 홍보팀을 기획홍보팀으로 통합했습니다.
기획팀의 정보를 홍보팀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삼성그룹의 홍보라인은 막강한 인맥에 정보력까지 갖춘 조직이 됐습니다.
삼성과 관련된 사안을 취재 하다보면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하기 전인, 준비 단계에서부터 벌써 정보가 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많은 기자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신호철(시사저널 기자) : "기사 쓸 때 원래 보안을 위해서 제일 마지막에 삼성에 전화를 하잖아요. 일단 취재를 탁탁 다 해놓고 최종적으로 삼성에 전화해서 이게 맞냐고 확인하는 이런 절차를 겪게 될 수밖에 없는데 삼성에서는 내가 전화하기 전에 알고 있더라고요 이미. 전화를 하면 이미 준비가 돼 있어요. 이번 내가 기사를 쓰고 있는 걸 알더라구요."
<질문> 그래서 그런지 삼성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 거론될 때마다 기사가 축소됐다, 삭제됐다, 외압을 받았다 등등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아요?
<답변> 뉴스의 취사선택과 편집은 물론 언론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하지만 유독 삼성 앞에서 만큼은 언론사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14일 삼성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놀이공원 에버랜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에버랜드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사망 사고인데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였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은 각별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지 가운데 이 사고를 보도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특히 놀이공원 안전사고에 대해서 짧게나마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던 매일경제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침묵했습니다.
지난달 7일, 삼성의 후계자 승계와 관련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사장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이 구형됐습니다.
SBS와 MBC는 리포트로 소식을 전했고 KBS는 단신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종합일간지 가운데는 국민일보와 중앙일보가 짧게 기사를 처리했을 뿐, 대부분의 신문은 침묵했습니다.
시사저널에서는 경영진이 편집국장에게도 알리지 않고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비판 기사를 삭제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파업으로 이어졌고, 시사저널 기자가 배제된 시사저널이 출간되는 사태마저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전규찬(한국종합예술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 : "거대 권력에 대해서 기자와 저널리즘이 가져야 되는 위치는 당연히 비판적이어야되고 원거리적이어야 된다. 그런데 그게 너무 가까이 되고 소위 말해서 정보 공유적 차원에서 한다라고 하면 그에 의해서 희생될 것은 사회적 판단과 사회적 이익 그 외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그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삼성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기자들은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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