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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언론광장 포럼 발제문] 신문의 위기와 신문 시장 (신학림)

olddj 2006. 7. 21. 00:03
신문의 위기와 신문 시장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1. 들어가는 글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얘기한다. 신문이 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방송과 역전된 지 오래고 갈수록 상대적인 신뢰도 격차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속보를 속성으로 하는 인터넷과 비교해도 신문의 신뢰도가 비슷하거나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신문들은 신문을 찍어내고 싶어도 돈이 없거나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access)권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다. 그 상당한 원인은 중앙, 조선, 동아 등 세 신문들의 무가지와 경품 살포 등 불법 판촉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데 있다.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 구독자의 ‘자발적 선택’ 운운한 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우리 신문 시장의 현실에 대해서 너무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신문과 신문 종사자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다른 이유는 갈수록 신문을 읽는 사람과 가구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신문을 읽는 인구나 가구수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나라만 겪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도 신문을 읽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처럼 신문이 본질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신문의 위기는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 신문의 위기가 본질적으로 구조적인 이유는 ‘신뢰의 위기’와 ‘시장의 실패’라는 두가지 위기가 동시에 나타났고 이 두가지 원인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신문 위기의 또 다른 구조적 특징은 구독료만 놓고 볼 때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유일한 제품’이 신문이라는 데 있다. 실제 구독료 수입이 제조원가의 30%에도 못 미치는 신문을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 발제에서는 신뢰의 위기와 그 원인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시장의 실패와 신문사의 경영구조를 중심으로 신문의 위기를 진단하고 생존 모델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신뢰의 위기와 특징

 우리나라 신문의 신뢰의 위기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은 두가지다.

 첫째가 신문의 구독, 광고, 판매(배달), 매출, 영향력 등 모든 영역에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조선, 동아, 중앙 등 세 신문의 정파적 이해에 사로잡힌 보도 경향 내지 행태다.

 둘째가 족벌신문들의 자사 이익, 내지 이해를 염두에 둔 보도 행태 등이 신뢰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이 신문들을 비판하면서 ‘신문으로 위장한 범죄집단’이란 극언을 서슴지 않는 이유도 이 신문들의 행태와 무관치 않다.

 이 족벌신들의 특징을 꼽으라면 두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사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과 ‘나(기자, 사원)’의 이익을 동일시한다는 것이고, 사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과 종사자들 자신의 이익을 독자와 국민과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신문들의 신뢰의 위기는 재벌을 비롯한 대형 광고주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발행부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신문들의 삼성을 비롯한 재벌 광고 의존도가 조선, 동아, 중앙 등 세 신문보다 높다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KADD 자료; 미디어오늘 보도 참고)    


3. 시장과 구조의 위기와 특징

1) 신문시장 파괴와 불공정경쟁의 역사:

 홍석현씨가 94년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중앙일보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한국 신문시장 초토화는 시작되었다.
 물론 지금은 조중동과의 경쟁에서 탈락한 한국일보가 조석간 발행과 월요일자 발행(당시에는 조간들이 토요일 일하고 일요일은 쉬었음) 등으로 물량경쟁의 단초를 열었다는 지적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앙일보의 불법, 탈법적인 무차별 무가지, 경품 살포 공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우선 중앙일보는 무가지를 엄청나게 뿌려댔다. 세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는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직무유기를 범하는 사이 중앙일보는 마음놓고 무가지와 경품 공세를 벌여온 것이다.
 자율규제란 한마디로 사업자들의 단체인 신문협회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문협회장 자리는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 최학래 한겨레신문 당시 사장이 투표로 선출되기까지는 조선, 동아, 한국일보 등 상대적으로 큰 신문사 경영진이 번갈아 가며 맡아오고 있었다.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덤핑행위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사업자 단체(신문협회)에 규제행위를 위임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었다.    
 2003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어 신문고시 개정 논의에 참가한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인협회(AmCham Korea) 회장도 그 점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1994년과 1995년의 초호황기에는 모든 신문들이 광고수입이 폭증해 무가지를 상당수 뿌리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경기가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한 1996년 하반기부터 자금력의 우위가 현실화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광고단가도 카르텔이 형성되어 발행부수와 큰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지불할 때라 신문사들이 그런대로 경영수지를 맞춰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가 닥치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광고시장은 얼어 붙었고 모든 신문들이 부수와 면수를 줄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물론 수천명의 신문사 종사자들이 정리해고되어 속수무책으로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십년이 다 돼 간다. 모든 신문들이 IMF 외환위기가 몰고 온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족벌신문들만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문시장 독점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2) 빈곤과 독과점의 악순환

 우리나라 신문 시장과 구조적 위기의 본질은 ‘빈곤과 독과점의 악순환(고리)’에 있다. 악순환의 고리와 내용들을 살펴보자.
 조중동 물량공세(경품 및 무가지 살포) + 과당 경쟁 → 수익구조 악화
 (지나친 광고의존도 +낮은 구독료 및 구독료 매출) → 부수 감소/축소 → 광고 매출액 및 구독료 수입 감소 → 조선 +중앙 + 동아 광고 싹쓸이, 나머지 신문 존폐 임계점 도달 →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과당 경쟁과 광고 등 독과점
 → 조중동 등 물량공세(불법 판촉행위)
 
3) 세 족벌신문의 완벽한 시장 장악

 조선, 중앙, 동아가 신문 구독시장과 광고시장만 장악한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배달망도 부수가 많은 이 세 신문 중심으로 굴러가게 되어있다. 이제 특정신문 하나만 독점적으로 배달하는 지국은 거의 없다. 하나의 지국에서 여러 개의 신문을 배달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원래 조간 신문들은 토요일 휴무하고 일요일에 출근해 월요일자 신문을 제작하지만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첫 토요일은 평소와 달리 대부분의 조간 신문들이 근무해 일요일자 신문을 제작하려는 계획을 자체적으로 미리 발표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기분이 나빴던지 조선, 동아, 중앙 등 세 신문이 일요일자 신문의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이 바람에 대통령 선거 후 첫 일요일자 신문을 발행하려던 나머지 조간 신문들도 발행계획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신문을 인쇄해 봐야 조동중이 장악한 지국과 배달사원들이 쉬는 바람에 독자들에게 신문을 배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4) 중앙, 조선, 동아의 과당 경쟁과 불법 판촉 행위

 불법 경품과 무가지 제공 등에 대한 신고포상제 도입 이후에도 이 중앙, 조선, 동아 등 세 신문사들이 주도하는 불법 판촉행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조사결과 참고)  
 불법 판촉 행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와 눈치보기를 알아차리고 대담하게 불법 판촉행위를 하고 있다.

5) 낮은 구독료와 갈수록 떨어지는 구독료 수입 비중: 8:2 에서 9:1로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신문들은 총매출액 중 신문 구독료 수입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실태는 신문사들이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없어 유감이다. 신문법에 따라 각 신문사들이 발행부수, 유가부수, 구독료수입 등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토록 돼 있으나 얼마나 정직하게(?) 신고할 지 의문이다.
 일본의 경우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도 그렇고 일본 신문 전체를 놓고 볼때 전체 매출액 중에서 광고수입과 구독료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6:4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들 입장에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신문들의 경우 구독료 중 본사 입금액 등을 비교하여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1997-8 IMF 외환위기 전만 하더라도 구독료 수입 비중이 매출액의 20% 정도는 됐다는 것이 신문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제는 10% 이하로 떨어지는 신문들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독료수입 비중이 지극히 낮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지역일간신문 2-3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문사들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중 손익계산서에서 구독료수입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6) 정체 혹은 떨어지는 실질구독료와 증가하는 제조원가

 ‘조동중’ 제조원가와 영업손실을 비교해보자. 광고 수입을 제외라고 오로지 신문을 팔아서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바람직한데 영업이익은 커녕, 엄청난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신문들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일보 한 부당 월 제조원가는 1만6천원이다. 이는 조선일보 판매국장을 지낸 김효재 일광(조선일보 인쇄 부문 자회사) 대표이사가 2004년 봄 제주도에서 열린 신문판매협의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급여수준, 발행면수가 조선일보와 비슷하기 때문에 한 부당 제조원가 역시 조선일보와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 구독료를 한 부당 월 1만2천원으로 보면 각 지국에서 드는 비용을 빼고 난 뒤 조선일보는 4,700원, 동아일보는 4,200원, 중앙일보는 3,500원 정도를 본사입금액으로 납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본사입급액 수준은 수도권의 경우다. 이후 구독료의 본사입금액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더 떨어져 중앙일보의 경우 한 부당 500원∼1000원 밖에 입금하지 않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보면 한 부당 조선일보는 최소 1만1,300원, 동아일보는 1만1,800원, 중앙일보는 1만2,500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발행부수공사(ABC)를 전혀 믿지 않지만, 2003년 ABC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광고수입을 제외할 경우, 신문판매에 따른 영업손실이 조선일보는 연간 3,368억, 중앙일보는 3,218억, 동아일보는 3,088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는 신문판매에 따른 영업손실액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광고를 싹쓸이하지 않으면 이익이 나지 않는다. 광고를 싹쓸이하기 위해 신문을 뿌리게 된다. 광고를 싹쓸이 하지 못하는 신문의 경우 구독부수를 왕창 늘리면 되레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늘어나는 신문 발행부수에 비례해 광고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한 신문부수가 늘어나는 것이 유동성 위기를 불러 올 수도 있는 것이다.

7) 늘어나는 신문 판촉비

 자전거, 전화기, 아파트 현관문 전자키, 6개월 이상의 무가지 등 ‘조중동’ 신문 한 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건당 평균 10만원 이상 든다. 경품신고포상제 도입이 임박했을 때는 이른바 밀어내기 식으로 조선일일보 남수원지국에서는 신문경품으로 카메라폰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2005년 3월1일자 보도)
 우리나라 신문들의 평균 자연절독률은 연간 15∼20%에 이른다.
 그러나 ‘조중동’의 경우는 이의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3월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은 중앙일보의 연간 자연절독률이 48%에 달한다고 실토한 바 있다. 따라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만큼 부수확장을 하지 않으면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신문사들은 현재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경품과 무가지를 계속 뿌리고, 독자들은 이 신문에서 저 신문으로 이동하면서 원하는 경품을 받는다. 신문시장은 그야말로 완벽한 ‘돈놓고 돈먹기’인 것이다. 돈이 없는 신문사는 아무리 좋은 신문을 만들어도 원천적으로 독자들에게 배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1) 홍석현 전 회장의 고백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 죄송하다. (자동이체할 경우 구독료를 1만 2천원에서 1만원으로 2천원 할인해 준다는 내용의) 라디오 광고와 시내버스 광고는 (2004년) 3월말까지만 하고 끝내겠다. TV 광고는 조선일보에서 삼성그룹을 통해 압력을 가해 와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은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6~7천원까지 내리는 것도 검토했었다.” 이 내용은 3월 중순 당시 신문공동배달제를 추진하고 있던 5개 서울지역 신문사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석현 회장이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 요지로 그 회의에 참석했던 한 신문사 사장이 전한 내용이다. 홍석현 회장이 했다는 이상의 발언은 문구가 어찌됐건 내용 하나 하나가 충격적이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의 신문시장이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첫 번째 고백: 중앙일보, 한 때 사실상 무료신문화도 검토했다

우선 맨 뒷 문장부터 보자.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6~7천원까지 내리는 것을 검토했었다는 말은 중앙일보를 사실상 무료신문으로 바꾸려 했다는 뜻이 된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다. 지국에서 독자로부터 신문 구독료를 1만2천원(자동이체시 조선, 중앙일보는 1만원) 다 수금할 경우 지국에서 본사에 납입하는 액수는 5천원을 넘지 않는다. 일부 스포츠 신문의 경우 지국의 본사입금액이 5천원이 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각 신문사가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보다 중앙일보 지국의 본사입금액이 적다는 점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독자로부터 1만원(혹은 1만2천원)을 다 받는 유료부수 1부당 본사입금액이 3천원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국에서 1부당 7천원 이상을 갖는 셈이다. 따라서 구독료를 6~7천원으로 내리면 구독료 수입을 지국이 전부 갖고 본사는 전혀 구독료 수입이 없어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메트로, 데일리포커스 등 무료광고정보지처럼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독료를 6~7천원으로 내리면서 지국이 갖는 액수를 함께 줄이면 지국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반발할 것이 뻔하다.
 삼성으로부터 엄청난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온 중앙일보가 지금도 온갖 불법, 탈법적인 방법으로 무가지와 경품 살포를 주도해 적자에 허덕이는 나머지 신문들은 생존조차 불투명한 판국에 중앙일보가 무료신문이 될 경우 신문시장 전체에 던지는 충격과 나머지 신문들에 주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문은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검토에 그치기는 했지만 홍석현 회장이 한 때 구독료를 6~7천원으로까지 내리는 것을 검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는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다시 검토,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고백: 조선일보가 삼성을 통해 압력을 가해 와 TV광고 중단했다  

 두 번째 내용.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1만원으로 할인해 주겠다는 내용의 TV 광고를 조선일보가 삼성그룹을 통해 압력을 가해 와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도 충격적이다.
 이는 중앙일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했다고 떠들었지만 여전히 삼성의 손아귀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하고 증언한 셈이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여전히 삼성그룹으로부터 광고단가 등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언론계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 고백: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

 마지막으로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는 얘기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당시 한국신문협회와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을 겸하고 있지 않고 중앙일보 회장직만 맡고 있었다하더라도 그의 이런 언급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1천여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악랄하고 교묘하게 탈세를 해 처벌을 받았던 홍석현 회장이 정말 무식, 무지하던가 아니면 뻔뻔스럽던지 둘 중 하나다.

 홍석현 회장이 중앙일보가 지난 10여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 신문시장을 ‘돈놓고 돈먹기’ 판, 혹은 포커판 식으로 만드는 바람에 이제는 ‘최소조건에서의 생존’ 조차 불투명한 나마지 신문들의 사정을 정말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2) 조선, 동아의 자업자득(?)

   가. 발행부수 인증을 둘러싼 갈등 (미디어오늘, 동아일보, 기자협회보 기사 참조)

   나. 조선, 중앙의 구독료 인하 경쟁

 구독료 인하 경쟁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1위 싸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나머지 신문들은 저절로 유탄을 맞은 셈이다.
 구독료를 둘러싼 선제공격은 조선일보가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2003년 11월 구독료를 월 1만2천원에서 1만4천원으로 2천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늘어나는 제작비와 판촉비 등을 감안, 구독료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독자층과 유가 부수 등도 고려한 것으로 조선일보의 자신감의 발로로 비쳐졌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따라 올리기는커녕 2004년 1월 16일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2천원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사고를 통해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줄고...안팎으로 경제가 어렵다. 중앙일보는 가계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자동납부하는 독자에게 구독료를 낮춰주기로 했다며 오르기만 하던 구독료 인하는 국내신문 역사상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구독료 인하가 기존의 판촉경쟁비를 독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렇다고 각종 경품과 무가지 살포도 전혀 중단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중앙일보의 기습공격을 받은 조선일보는 그로부터 나흘 뒤인 1월 20일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고를 통해 “4월30일까지 앞으로 1백일 동안 조선일보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월 1만4천원인 구독료를 2천원 인하와 함께 추가로 2천원을 할인, 월 1만원에 구독할 수 있다”며 구독료를 도로 4천원 인하했다.
 그동안 판매부수 1위라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구독료 인상을 주도해 온 신문이 조선일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일보가 느꼈을 당혹감과 충격이 짐작이 간다.

 (3) ABC협회와 중앙일보

 한국신문부수공사협회(ABC: Audit Bureau of Circulation)는 2003년도 조선, 동아, 중앙일보의 발행부수를 심사한 결과 괴상망칙한 결과를 내놓았다. 신문고시에 따라 신문을 배달하기 시작한 후 2개월이 지나고 3개월부터 구독료를 내는 경우에만 유료부수로 산정해야 함에도 구독 후 6개월째가 되는 달부터 구독료를 내겠다고 약속한 독자에게 배달되는 신문수를 ‘유가부수2’라 하여 앞의 ‘유료부수1’과 구분하여 유가부수로 인정하는 변칙을 드러냈다. 이는 명백히 중앙일보에게 유리한 것이다.        
 달리 포현하면 ABC가 무슨 권한과 재량으로 신문고시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뿌려지는 무가지를 유료부수로 인정하는가?
 ABC는 신문고시도 무시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인 존재라도 된다는 말인가?
 하기야 ABC는 오래 전에 유가부수의 판정 기준의 하나가 되는 지국의 본사입금액 조항도 폐지한 바 있다. 그 전에는 월 구독료의 20%(1만2천원의 20%면 2천4백원)를 지국에서 본사로 입금해야 유가부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 규정을 없애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신문사는 어디인가? 당연히 중앙일보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제는 어떤 신문사가 신문을 1년 혹은 그 이상 돈 안받고 배달하고도 유가부수라고 주장하면 ABC가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왜? 지국에서 본사로 입금하는 입금액 납부 장부를 보여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4) 상호출자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중앙일보그룹:

 계열사 73개 거느린 기업집단군에 포함 (2006년 4월); 6월까지 3개가 늘어 76개로;    다시 중앙일보가 보광그룹으로부터 분리 (공시) (2006년 6월)

8) 인쇄 시설 및 종이값

 조선, 동앙, 중앙, 한국일보 등 4개 신문은 48면(컬러 20면 제작) 이상 인쇄할 수 있는 고속 윤전기를 몇 대씩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나머지 신문들의 인쇄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떨어진다. 이들 네 신문들의 인쇄능력은 경제규모(GDP)에서 우리나라의 20배 이상되는 이웃 일본의 신문들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다. 조․석간 포함, 매일 1,400만부 이상을 발행하는 일본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이 아직도 40면(컬러 12면)을 인쇄할 수 있는 윤전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 40쪽 짜리 신문 10만부를 1년 동안 찍으려면 잉크가 묻지 않은 종이값만 50억원 가량 되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종이값이 계속 올라 지금은 13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가지(확장지)를 50만부를 찍는다고 할 경우 종이값만 650억원 이상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돈이 없으면 신문을 찍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4. 정부의 잘못된 언론정책과 바람직한 언론정책

1) 정부의 직무유기 10년이 낳은 산물: 시장 실패 내지 파괴
 그렇다면 우리나라 신문시장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현재의 신문시장의 독과점 상황은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가 신문시장을 철저히 방치했기 때문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보기
 신문시장의 무차별 물량 공세의 선두에는 삼성그룹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온 중앙일보가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무차별 덤핑공세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군소업체를 잠식하고 마는 삼성식 경영행태를 중앙일보는 신문시장에서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이 자율규제라는 미명하에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와 부당내부거래 등 불법, 탈법행위에 대해 단속의 시늉만 할 뿐 실질적으로는 방치한 것이다.

3) 바람직한 언론정책
(1) 반드시 해야 할 일 - 시장(질서유지), 기업과 사적 영역
(2) 해서는 안 될 일 - 헌법상 언론자유 및 편집권의 독립 존중  

5. 신문의 생존을 위한 필요, 충분조건

1) 신문 시장 정상화
 (1) 신문고시 개정: 경품 일절 금지
 (2) 불법 판촉행이에 대한 철저한 단속
2) 구독료의 단계적 인상  
3) 신문유통원 사업의 전면 재검토: 예산 대폭 증액
4) 신문발전위원회 사업의 확대  
5)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 수정

6. 나가는 글

 정부가 신문을 살릴 수 없다. 그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가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신문을 포함한 모든 제품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시장을 관리, 감독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 정부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독자들이 보고 싶은 신문을 선택하면 최소한 배달은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은 구축되어야 한다. 그래서 신문유통원이 출범했고 성공적인 공동배달제 실시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이 신문들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정부의 몫이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노무현 정부를 포함하여 어떤 정부에게도 언론개혁의 주체가 되라고 요구하거나 바란 적이 없다. 언론개혁은 정부의 몫이 아니다.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언론개혁과 상관없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필요조건은 또 있다. 궁극적으로 구독료를 인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제조원가의 30%도 미치지 못하는 구독료 수입으로는 중앙일보를 제외한 어떤 신문도 살아남기 어렵다.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각 신문사들이 자신들의 규모에 맞는 경영을 하는 것이다. (유가 혹은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은 많은 신문대로 작은 신문들은 작은 신문대로 자신의 규모에 맞는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신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역할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의제 설정에 있어서 여전히 큰 역할을 수행하는 신문과 신문사의 위기는 곧 독과점을 말하고 시장의 실패를 말한다. 그 결과는 여론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에 위기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래서 신문의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의 문제다.  

 정부 일각에서 신문읽기 캠페인을 구상 중으로 알고 있는 데 이는 대단히 유감이다. 신문읽기 캠페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배달체제의 구축, 시장기능의 정상화, 불법판촉 금지 및 철저한 단속 등을 통해 모든 신문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그야말로 헌법재판소가 운운한 것처럼, 독자들의 자발적인 선택권이 작동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다음에 신문읽기 캠페인도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문읽기 캠페인은 조선, 중앙, 동아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할 뿐이다.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언론광장 포럼 발제문>
일시: 2006년 7월 20일(목) 14:00 -
장소: 프레스센터 12층 언론재단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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