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

삽질의 재구성

olddj 2007. 3. 14. 04:56

1.

육군 보병 105로 근무할 때 들은 말이다.
미군들이 가장 싫어하는 얼차려가 '삽질'이라는 말.

상사가 삽 한 자루 던져주면서 "구디이(구덩이) 파!"라는 명령을 한다. 한 나절 동안 영문도 모르고 열심히 삽질해서 구덩이를 파놓으면 해질 무렵 "다시 메워!"라는 명령을 한다. 밤 새도록 구덩이를 다시 묻는다. 아침되면 다시 파고, 저녁되면 다시 메우고…. 이런 걸 며칠하면 시쳇말로 '팩 도라삐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사람에게는 꿈, 희망, 목표가 중요하다. 성취욕이란 것이 거기서 나오고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거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원리에 속한다. 무의미한 삽질을 하며 파고 메우고를 하면서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멘탈테스트(mental test)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개헌반대'논리가 꼭 그러하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동족상잔처럼 원래의 자기 논리를 씹어 먹으려니 이런 헛지랄이 나오는 것이다.

삽질을 하고는 있는데 왜 파고 있는지 모른다거나, 삽질해서는 얻을 것이 없는데 계속 삽질해야만 하는, 그런 자기모순을 가지고 계속 파고 묻는 것을 지속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자기 안에서의 논리나 심리의 괴리가 생기면 자연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스스로에게 생긴다는 것.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성인이 아니며, 양심의 소리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열심히 삽질하시라.

2.
요즘 집 앞에서 하수도 배관공사를 하고 있는데, 삽질하는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왜냐면 포크레인 두어 대로 다 하기 때문이다. '천삽뜨기' 천날만날 해 보았자 제대로 된 공사계획과 포크레인 몇 대에는 이길 수가 없다. 사실 삽질하는 공사판은 매우 전근대적인 공사판 아닌가?

이명박이 책 3권을 동시에 내며 출판기념회를 했다고 한다. 2만 명이 모였다는 얘기가 있고, 관광버스 60대 설(혹은 80대설, 100대설)+승용차 1,500대 이상 +알파 + 베타 등의 이야기가 있다.

이거야말로 전근대적 전술 전략인 중공군의 인해전술 비스무리한 것이다. 뭘 얼마나 쳐발랐는 지 모르겠지만, 첨단무기(?)가 없으니 그냥 무식하게 활들고 말탄 조중동문 따라가며 칼 들고 보병전투하기로 한 것인가?

'운하'를 쥐었다 말았다 하면서 눈치보는 꼬라지가 "관상을 봐라, 저게 대통령 상(相)인가…"라는 영기(靈氣)있는 소시민이 한 '믿거나말거나' 예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삽질하고 계시라. 우리 포크레인 기사는 많은 돈보다는 정당한 대우를 원하고, 견고하고 믿을 수 있는 공사를 원한다. 그 능력에도 불구하고 삽질로 배를 산에 올릴 거라는 공갈은 치지 못한다.

3.
삽질 중 가장 '하찔(下質)'이 바로 '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삽질이다.

조선일보 수습기자가 '연합통신' 기자를 사칭하여 취재했다고 한다. 그런만큼 조선일보는 취재명분을 잃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제 '조또 아닌' 신문이 되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무덤이 거의 다 파졌다고 보면 된다.

거기에 대비되는 기사가 박근령 약혼자 입원 사건이다. 박근령 약혼자 입원이 가장 먼저 올라온 것 중 하나가 '조선닷컴'이다. (네이버로 검색해 보시라)

이것은무엇을 의미하는가. 조선일보는 한 쪽 날개 밖에 없다는 거다. 한 쪽 날개로 날 수 있나? 조선일보는 지금 삽질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결국 봉착하는 것이 소재의 빈곤이요, 우호 세력의 상실이다.

거기에 편승해서 진짜 삽질하고 있는 인간이 있는데, 그게 정동영이다. 3월호 월간조선과 이너뷰했다고 하는데,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자기 무덤 파는 삽질이다.

4.
아무튼 한 손으로 지 대가리 지가 때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삽질까지 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